창작과 자료

윤동주 님을 그리며

박단야 2022. 2. 14. 20:11

자연사랑은 어린이들의 희망입니다.

쉬땅나무 꽃

 

 

윤동주 님을 그리며

연희전문(연세대학교의 전신) 졸업당시 모습(1941년)

편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못 자는 밤

하나,둘,셋,넷
.................

밤은

많기도 하다.

-------------

윤동주/북간도(北間島) 출생.

용정(龍井)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연희전문을 거쳐 도일,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 재학 중

1943년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하다 사상범으로 일경에 피체, 1944년 6월 2년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용정에서 중학교에 다닐 때 연길(延吉)에서

발행되던 《가톨릭소년》에 여러 편의 동시를 발표했고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도일하기 앞서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그의 사후에 햇빛을 보게 되어 1948년에 유고 30편을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비로소 알려지게 된 윤동주는 일약 일제강점기 말의 저항시인으로서

크게 각광을 받게 되었다. 주로 1938~1941년에 씌어진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다.

《서시(序詩)》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십자가》 《슬픈 족속(族屬)》 등 어느 한 편을

보더라도 거기에는 울분과 자책, 그리고 봄(광복)을 기다리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다.

연세대학교 캠퍼스와 간도 용정중학 교정에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으며, 1995년에는

일본의 도시샤대학에도 대표작 《서시》를 친필과 함께 일본어로 번역, 기록한 시비가 세워졌다.

1941년 11월에 쓴 친필 원고(윤인석 씨 소장)

쉽게 씌여진 詩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學費) 봉투(封套)를 받아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만이십사년일개월(滿二十四年一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 경건한 마음으로-----

응원은 모두에게 힘이 됩니다. 

'창작과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5~60년 대 자료.  (0) 2022.02.18
소중한 역사 자료/광복절  (0) 2022.02.18
속담과 관련된 참고 자료  (0) 2022.02.13
위안부 증거 많다.  (0) 2022.02.11
1500년 전 실크로드를 밟다.  (0)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