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방황 글/새벽 지겨운 장마의 끝이 땡볕에 쫓겨나자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런 때에 어김없이 무료함의 촉수가 꿈틀거린 것은 해마다 겪는 역마살이 도진 때문이었다. 제기랄, 기껏 간 곳은 경상도 어느 벽촌이었다. 무전여행이 가당키나 했던가, 작심삼일이 무색하게 3일 만에 간이정류장에 서 있다. 땡볕이 쏟아놓는 열기에 밭떼기의 고추들이 축 늘어지고 화가 난 신작로가 울퉁불퉁 자갈들을 들춰내고 그 길로 화물트럭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흙먼지 들이마신 화풀이로 트럭 꽁무니에 욕 한 바가지 퍼부었다. 그리고 폐차 직전의 버스가 탈탈거리며 멈추자 마라톤에 참가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선수처럼, 씩씩거리며 버스에 올라탔다. 검은 안경 꾹 눌러쓴 운전기사는 조폭 같고, 저승꽃이 만개한 할아버지는 꾸벅..